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오다 노부나 같이 했는데, 앞으로 야당과의 협상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식으로 하겠다. 본회의장 비면 들어간다" 고 밝혔다. 보름이 넘도록 야당과 대치상태에 있는 국회 본회의장 진입 전략으로서 일본 대하소설 '대망'의 주인공인, 17세기 일본 에도막부의 초대 쇼군(將軍)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야기를 예로 든 것이다.
그러나 이날 홍준표 대표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 일제 침략기와 일제 강점기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회의 '국회의원'이, 그것도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굳이 일본 장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현 국회대치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했느냐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범부(凡夫)'가 했다면 문제되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홍준표 대표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담보해야 할 국회의 '공인(公人)'이라는 점이다.
한일간의 역사적 문제가 한일간의 현재적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한일간의 현재적 관계를 위해 한일간의 역사적 문제를 희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일제 강점기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그래서 친일세력이라고 '범부(凡夫)'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는 '뉴라이트'라는 정치적 색체를 가진 인사들이 이명박 정권에 대거 진입하면서 정부여당이 한일간의 역사적 문제에 너무 관대해졌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표의 이날 발언도 결국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된다. 정부여당내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이고, 식민지 시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었겠느냐는 생각을 공유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데, 어쩌면 국회 기자간담회 하면서 일본 장수의 이름 하나 들먹이는 것이 현 정부여당에 유행하고 있는 오사카發 '일류(日流)'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홍준표 대표까지 그런 발언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국회대치 상태 해소를 위해 멋드러지게 옛날 장수의 전략 하나를 언급할 의도였으면, 우리 역사의 옛날 장수들에서 그 예를 찾을 수는 없었을까? 왜 굳이 대한민국 국회의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내에서 일본 장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그 전략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말이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끝을 매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인가?
어쩌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 발언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괜한 트집잡기 아니야?'라는 현 정부여당내 사람들의 문제인식이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 등장이후 한일 과거사 문제에 너무 관대해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몇 달 전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관점 변경은 잘못" 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뉴라이트라는 이슬비에 바짓가랭이 다 젖는 줄 모르는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이 걱정되는 건 지금 필자만의 기우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