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안형환 의원의 18대 총선 당시 뉴타운 공약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민주당이 제기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이 사건을 검찰이 편파적으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해 법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몽준 의원, 안형환 의원은 조만간 법정에 세워져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정식 재판을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가져올 폐혜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재정신청 제도가 적절히 활용된 결과이다.
같은 날 검찰은 그동안 PD수첩 수사를 담당한 임수빈 형사2부장을 본인의 의사에 따라 명예퇴직시키고, 이 수사를 다른 수사부에 재배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PD수첩 수사를 맡아온 임수빈 부장검사는 이미 지난해 말 사표 제출 입장을 밝혔으며, 그동안 검찰 수뇌부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수사' 등 강경 대응 방안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져왔다. 임수빈 부장검사는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지만, PD수첩에 대한 정권의 짜맞추기식 수사를 거부한 것이 퇴직의 결정적 사유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과 관련된 위의 일련의 두 사건은 2009년 대한민국 검찰이 얼마나 정치편향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으며, 대신 정치화와 권력화만 가속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법논리 이전에 상식 선에서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는 사건을 여당 유력 정치인이자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고, 명예훼손이 성립하지도 않는 사건을 청와대 때문에 억지로 혐의를 만들어 기소하려는 게 지금 대한민국 검찰의 자화상이다.
국민들은 지난 정권 초반 TV로 생중계된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소위 '맞짱 뜨던' 검사들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기개 넘치던 검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벌써 모두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가 된 것인가? 아니면 이미 그때부터 정치편향적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이기 때문에 맞짱 한 번 떠 본 것인가? 지금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똑같이 맞짱 한번 떠보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검찰이 그저 법으로써 정의로우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부탁인가? 무리한 요구인가?
대한민국의 검찰은 아주 특별한 권력이다. 수사와 기소라고 하는 형사사법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정식재판도 받지 않은 채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민국의 검찰은 아주 특별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직업적 소명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정치 권력과 재벌의 돈 앞에서는 무력해왔다. 아니, 때로는 굴욕적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검찰 구성원들이 이것을 '굴욕'이 아니라, 검찰 퇴직후 미래에 대한 '보험' 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해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 이라는 대국민 모토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정의롭지 않은 검찰'로 인해 '전혀 행복하지 않다'. 한나라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그대들을 보면서,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그대들을 보면서, 검찰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수호함으로써 국민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국가기관'이 아니라, 퇴임 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혹은 삼성 임원을 하기 위해 그저 잠시 거쳐가는 '정거장'이라는 불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소신있는 검사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권력과 재부를 향한 검은 욕망으로 가득찬 '환승객'들이 풍기는 악취만 넘처난다. 여기서 검찰이 지난해 국민들에게 제시한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모토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본다. 어쩌면 이제는 그대들의 관심사와 동떨어진 단어들일지도 모르겠지만, 검사라면 적어도 검사 임관식의 순간만이라도 가슴에 품었었을 '정의'와 '국민'이라는 두 단어는 지금 이렇게 슬프게 조우하고 있다.
"검찰은 정의롭지 못하고, 그래서 국민은 불행하다."

